독일 기업 여성임원 비율, 대기업 23% < 中企 35%

• 베를린=이혜운 특파원 liety@chosun.com   입력 : 2011.06.10 01:04 조선일보 2011년 6월 10일

작년 27.7%--美 15% 보다 훨씬 높아

독일 기업 내 여성 임원의 비율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독일 통계청은 "2010년 집계한 여성 임원 비율은 27.7%로 1996년 21.8%에서 약 6%포인트 상승했다"며,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 45.6%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고무적인 증가 추세"라고 밝혔다. 통계청은 또 "중소기업 여성 임원의 비율이 35%로 대기업(23.4%)보다 높다"고 밝혔다.

유럽 전체로 보면 여성 임원 비율은 낮은 편이다. 미국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이 15% 선인 반면, 유럽 국가들은 평균 12% 수준이다. 경제장관이 여성인 프랑스도 15% 수준이다. 프랑스는 지난 1월, 6년 안에 여성 중역의 비율을 40%까지 올리도록 규정한 '평등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반면 노르웨이에서는 이런 평등법이 2003년 통과돼 이미 많은 '골든 스커트(젊은 여성 임원)'들이 기업 내에 자리를 잡아 여성 임원 비율이 유럽 평균의 두배가 넘는다. 스페인에서도 2007년 유사한 법안이 통과됐다.

독일은 유럽 국가 중에서도 남성우월주의 성향이 강하기로 유명했다. 직장 내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정치권에서 일어난 변화의 영향이 컸다. 여성·가족부 장관 출신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01년 기민당 당수 시절 기업들을 향해 "여성 임원의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높여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를 위해 독일 정부는 '엄마 회사원 만들기' 운동을 시작했다. 많은 여성들이 출산과 동시에 퇴사하거나 퇴직을 권유받기 때문이다. 현재 베를린에서 가장 좋은 탁아소는 국회 안에 있다. 우어줄라 폰 데어 레이옌 독일 연방 노동부장관은 자녀가 7명이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최근 독일에서는 아이를 직장에 데리고 가서 직장 내 탁아소에 맡기고 일을 하다가 아이와 함께 퇴근하는 여성들이 늘었다. 또 출산을 위해 퇴직했던 여성들의 66%(OECD 조사 결과)가 재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