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여성도 軍복무 의무화

·  파리=이성훈 특파원 2013년 6월 17일 조선일보

"권리와 의무는 누구나 동일" 2015년부터 1년간 의무 입대

노르웨이가 여성의 군(軍) 복무를 의무화하기로 결정했다. 14일(현지 시각) 노르웨이 의회는 여성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정부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의회는 곧 이와 관련한 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15년부터 여성들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1년간 의무적으로 입대해야 한다.

유럽에서 전쟁 기간이 아닌 때에 여성을 강제 징집하는 것은 노르웨이가 처음이다. 비유럽 국가 중에는 이스라엘이 여성의 군 복무를 의무화하고 있다. 법안을 주도한 노동당의 라일라 구스타브센 의원은 "권리와 의무는 누구에게나 동일해야 한다"며 "여성과 군대를 위해 역사적인 일"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노르웨이는 성(性) 평등 의식이 강해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발달해 있다. 2003년 공기업과 상장 기업 임원의 40%를 여성에게 할당하는 법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공직과 정계도 마찬가지다. 현재 총리를 포함해 정부 각료 20명 중 절반인 10명이 여성이다. 안느 그레터 스트로엠 에리히센(64) 국방장관도 여성이다. 야당인 보수당을 이끄는 에르나 솔베르그(52) 대표는 올 하반기에 치러질 총선 승리가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그로 할렘 브룬틀란(74)에 이어 노르웨이 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가 된다.

인구가 500만명인 노르웨이는 징병제이지만 현재 모든 남성이 군에 가는 것은 아니다. 19~44세의 징집 대상 가능 남성 약 6만명 가운데 체력과 심리 상태, 지원 동기 등을 심사해 매년 8000~1만명을 선발한다. 현재는 군 병력 수요보다 지원자가 더 많은 상황이다.

따라서 새 법이 시행되더라도 모든 여성이 군에 가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노르웨이는 1976년부터 지원자에 한해 여성 군 복무를 허용해 왔다. 현재 전체 병력의 10%가 여성이다. 여성 군 복무가 의무화되면 이 비율이 2020년에 2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