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의 뜨거운 교육열을 감안하면 학생 교육을 책임지게 되는 지역 교육 수장인 교육감의 자격은 매우 중요한 국가적 사안이다. 교육감 후보자가 갖춰야 할 교육 또는 교육행정 경력 요건은 1991년 당시만 해도 ‘20년 이상’이었다. 그런 경력 요건은 법 개정을 통해 계속 축소돼 왔고, 결국 이번 6·4 교육감 선거에선 아예 사라지게 됐다.

이에 따라 ‘교육 모르는 교육감’에 대한 우려와 교육계 반발이 이어져왔다. 최근 국회는 올해 7월 이후 보궐선거부터 교육감 후보자의 자격에 교육(행정) 경력 3년을 포함시키기로 하는 지방교육자치법을 개정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교육감 후보자의 자격에 굳이 교육 경력이 필요하냐는 문제 제기가 있다.

하지만 교육감 후보자가 교육 경력을 갖춰야 할 이유도 분명히 있다. 무엇보다 헌법 제31조 제4항에 규정된 ‘교육의 전문성 보장’ 정신이다. 헌법재판소가 1996년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그리고 정치적 중립성은 교육이 국가 백년대계의 기초인 만큼 국가의 안정적인 성장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교육이 외부세력의 부당한 간섭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교육자 내지 교육전문가에 의하여 주도되고 관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런 취지를 감안할 때 교육감에게 교육 경력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 교육이 일반 행정으로부터 독립하는 데 또는 교육 전문가에 의한 전문적 관리라는 원칙을 보장하는 데 있어 이런 요건은 필요하다.

또한 교육감의 특수성과 교육 자율화 추세를 감안해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감의 직무는 교육규칙 제정, 학교 기타 교육기관의 설치 이전 및 폐지, 교육과정 운영, 과학·기술 진흥, 평생교육, 교육·학예 진흥, 학교체육·보건 및 학교 환경정화, 학생 통학구역 지정 등 17개 사항에 달한다. 또한 교육 자율화라는 추세에 따라 교육감이 각 지역의 교육 관련 주요 사항을 조례나 규칙으로 정해 집행하는 경우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6월부터 교육공무원법이 개정되면서 교육감은 교육청에 근무하는 장학사 등 교육 전문직의 인사를 직접 맡게 됐다. 이처럼 교육감이 맡아야 할 역할의 범위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교육감이 교육 현장을 경험해본 교육행정 경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이러한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교육감에게 교육 경력을 갖추게 한 것은 여야가 진지한 논의 끝에 합의한 사항이란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는 교육감이 지방교육정책을 결정·집행하는 독임제 기관장이라는 점을 감안해 교육 전문성은 최소한의 범위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경력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면 교육감직에 대한 높은 진입 장벽이 돼 자칫 국민의 참여나 관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그래서 최소한의 요건인 3년으로 정한 것이다.

교육은 현실적으로 정치와 완전히 동떨어질 수는 없다. 다만 일정 정도 거리를 유지할 필요는 있다. 교육 경력 요건은 헌법이 규정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보장 정신을 지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